제대로 된 입장문이란?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저희 대표께서 최근 불거진 상황에 대하여 우리 회사의 입장문을 준비하라 하셨습니다. 여러 사례들을 찾아보니 입장문의 성격이나 서술방식이 다양한 것 같은데요. 중요한 원칙에 근거한 제대로 된 입장문이란 어떤 것인지요?”
[컨설턴트의 답변]
입장문은 영어로 ‘position statement’라고 부르는 기업의 공적 성격의 대외 메시지입니다. 입장문의 한국적 정의를 보면 ‘당면하고 있는 상황에 대하여 밝힌 글’이라 합니다. 이슈나 위기관리 관점에서 입장문을 정의하자면, ‘당면하고 있는 핵심 상황에 대하여 자사 또는 자신의 생각을 밝힌 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핵심 상황’이란 입장문을 밝힌 주체가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느끼는 부정적 성격의 ‘주된 상황’을 의미하겠습니다. 입장문이 중요한 이유는 이해관계자나 공중 관점에서 해당 기업이나 개인이 당면해 있는 핵심 상황을 어떻게 정의하고, 그에 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지를 엿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슈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시작입니다.
따라서 기업이나 개인이나 할 것 없이 입장문을 만들기 위해서는 해당 ‘핵심 상황’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먼저 고민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에 대한 자사 또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만약 ‘핵심 상황’을 잘못 정의하거나 완전히 정의하지 못하면 이슈 및 위기관리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예를 들어 자사의 아기 분유에서 치명적 균이 발견되었을 때, 해당 ‘핵심 상황’을 ‘소중한 아기들의 생명과 건강과 관련된 위기’로 정의하는 경우도 있고, 이와 달리 ‘제품 품질 위생 관리의 위기’로 정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심각한 갑질 논란에 연이어 휩싸인 기업이 해당 위기를 ‘일부 임원 개인의 일탈’로 정의하는지, ‘뜯어 고쳐야 할 자사의 오래된 사내 관행과 문화의 문제’로 정의하는지는 기업의 전략이자 자유입니다. 하지만, 이슈 및 위기관리에 있어 각 입장문의 효과는 천지 차이가 될 수 있습니다.
입장문은 기본적으로 대외적인 것입니다. 당연히 핵심 상황과 관련된 원점 공중, 이해관계자, 일반 공중의 시각에서 핵심 상황을 정의해야 커뮤니케이션 가능해집니다. 입장문이 자칫 자사 및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글이라고 해서 자사 및 자신만의 생각을 표현해야 한다 착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그 앞에 쓰여진 ‘당면한 상황’ 및 ‘당면한 핵심 상황’에 대한 자사 및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야 합니다.
잘못된 입장문에는 핵심 상황에 대한 이야기 보다 자사 또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습니다. 우리가 너무 힘들다. 그만 비판을 멈추어 달라. 내가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다 등과 같은 감정이 구구절절 들어갑니다. 이는 ‘핵심 상황’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또는 스스로 ‘핵심 상황’을 그렇게 정의한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자사나 자신이 받는 피해나 억울함이 자신에게는 핵심상황인 것이죠. 이 경우 그 원인을 제공한 진짜 핵심 상황에 대해서는 별반 정의나 생각을 찾아볼 수 없게 됩니다. 제대로 된 입장문은 자사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그 안에서 최대한 빼는 것입니다. 그 대신 자사의 공감, 원칙, 철학 그리고 계획을 집어넣어야 합니다. 물론 그 모든 것은 ‘당면한 핵심 상황’에 적절히 관련된 것이어야 합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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