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062022 0 Responses

[The PR 기고문]창구일원화가 필요한 이유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기업 임원들을 대상으로 미디어트레이닝을 진행하는 목적은 크게 두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목적은 언론 접촉이 허락되어 있는 핵심 임원들의 대언론 커뮤니케이션 역량 증진이다. 언론과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데 그 의미가 있다.

미디어트레이닝의 다른 두번째 목적은 언론접촉이 허락되어 있지 않은 임원들에게 창구일원화 원칙을 강조하고 그에 따르게 하기 위함이다. 창구일원화란 언론 접촉이 허락되지 않는 임원이나 직원에게 언론이 접근 시 언론 접촉을 전담으로 하는 부서나 인력에게 그 답변 역할을 이양하는 것이다.

자신의 앞에서 또는 전화로 질문하는 기자에게 임직원이 “저희 회사는 원칙 상 언론과의 커뮤니케이션은 홍보실을 통하게 되어 있습니다. 홍보실을 통해 질문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같은 대응을 하는 것이 창구일원화 실행이다.

물론 기자가 그런 창구일원화 실행에 맞서 단순히 취재를 포기한다 거나, 순순히 홍보실에 연락해 취재하는 모습을 기대 할 수는 없다. 일선에서의 창구일원화 실행은 완곡한 취재협조 거부라고 할 수도 있다. 기업 차원에서는 준비되지 않고, 전략적인 훈련을 받지 않은 임직원이 자신의 권한과 책임을 넘어서는 언론 커뮤니케이션을 스스로 자제하게 함으로서 기업 커뮤니케이션의 안정화를 꾀하려는 것이다.

다양한 미디어트레이닝을 통해 창구일원화 개념과 목적 그리고 의미를 공유하다 보면, 창구일원화가 왜 정말 중요한 것인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일선에서 창구일원화가 중요한 아주 실제적인 이유를 몇가지로 정리해 본다.

첫째, 임원들이 자사 공식 메시지를 실제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거의 모든 기업들의 공통적인 증상이다. 실제 신제품 출시나 구조조정 같은 이슈를 두고서도 대표이사의 메시지와 임원들의 메시지는 각양각색이다. 미디어트레이닝을 통해 다양한 핵심 질문들을 던져보면 그에 대한 답변이 답변자에 따라 서로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일부 임원은 언론에서 접한 언론측 시각을 자사 공식 메시지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 내용을 자사 메시지라고 전달할 때도 있다. 해당 이슈에 대하여 공유된 자사의 공식 메시지가 없어서 발생되는 현상이다. 일부 기업에서는 당면한 이슈에 대해 홍보실이 자세한 공식 메시지를 공유하지만, 그를 꼼꼼하게 이해하고 메시징을 통해 전달할 수 있는 임원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들 스스로도 자신들은 담당 실무분야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고 있지만, 그에 대해 언론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 까지 신경 쓸 여유는 없다고 한다. 왜 이런 이슈에 대해 언론과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지 그리고 왜 그 일을 자신이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 내부에서의 언론 창구일원화는 필요하다. 정리되지 않은 각자의 사견을 언론에 전달하는 우는 범하지 않아야 한다.

둘째, 언론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은 다른 커뮤니케이션과 전혀 다르다

임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언론의 취재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다. 왜 기자가 함부로 아무에게나 전화를 걸어오는 지, 왜 자기 필요에 따라 질문을 하고 답을 달라고 닦달하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왜 기자나 PD라는 사람들이 공장을 찾아오고, 출근 길 자기 앞을 가로 막느냐며 화를 낸다.

일부 임원들은 TV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것 같이 기자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한다. 자신의 애드립이나 프레임이 기자에게 엄청난 취재 거리가 될 것이라고 가슴두근거려 하기도 한다. 자사의 정보를 가지고 기자와 게임이나 딜을 하려 하기도 한다.

이렇게 언론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언론 커뮤니케이션을 함부로 하려는 임원들이 있다면, 기업에서는 이를 적절하게 관리해야 한다. 매번 부정적인 내부 정보가 언론에 흘러 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그 근본적 이유를 찾지 못해서는 안 된다. 창구일원화가 자사의 강력한 원칙이라는 점을 지속 강조해서 그 원칙을 지키지 않은 임원들은 사후 책임을 묻는 체계가 중요하다.

셋째, 적절하지 않은 언론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받는 피해는 모두의 것이다

단순하게 기자에게 말 실수를 좀 했다는 핑계로 사후 피해를 회복시킬 수는 없다. 적절하지 않는 기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불러올 상황을 미리 예상하지 못했다면 그는 기업 경영을 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언론을 통해 퍼진 자신의 실수로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직원이나 직원 가족들이 될 수도 있고, 소중한 거래처 일 수도 있다. 투자자들의 피해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로 인해 사업의 지속가능성에 큰 데미지를 먹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언론에 적절하지 않은 커뮤니케이션을 한 뒤에 이를 위기상황이라 정의하고 위기관리를 시도하는 기업들은 생각보다 많고 흔하다. 그 말 몇 마디 때문에 홍보실은 불철주야 고생 해 그 말을 없던 것으로 만들려 한다. 기자들과 각을 세우게 되거나, 불필요하게 엄청난 광고 협찬비를 지출하기까지 한다.

자사 임직원들의 입을 먼저 컨트롤 하면, 그로 인해 언론이나 예산을 컨트롤해야 하는 불필요한 상황은 오지 않는다. 자사 임직원의 입은 컨트롤 하지 못한 채 매번 언론을 컨트롤하려는 시도처럼 무의미한 것이 없다. 위기관리 명언에 “욕조가 흘러 넘치면 가장 먼저 수도꼭지를 잠가라”는 말이 있다. 수도꼭지를 잠그지 않은 채 마른 걸레만 산더미처럼 쌓아 놓고 바닥으로 흘러내리는 물을 닦아 대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창구일원화는 그런 의미에서 수도꼭지를 선제적으로 잠그는 노력이다.

넷째, 창구일원화가 지켜지지 않으면 다른 것도 마찬가지다.

사실 창구일원화처럼 쉬운 것이 없다. 기자에게 전화가 걸려오면 홍보실을 팔아 매너 있게 창구를 일원화시키면 된다. 미디어트레이닝을 통해 연습 몇 번 해보면 창구일원화는 쉽게 느껴진다. 창구일원화를 하면 임원들의 마음도 훨씬 편해진다. 책임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기자나 PD가 아무리 집요하게 접근하고 질문해도 창구일원화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매너 있게 창구일원화를 수백 번 반복하는 기업 임원을 그들이라고 어떻게 할 것인가? 이 기업은 답이 안 나오는 곳이다. 저 기업 임원들은 창구일원화를 철저하게 지켜 취재가 불가능하다. 찌르면 피도 안 나올 것 같다. 이런 기자들의 평가를 받는 기업이 진짜 무서운 기업이다. 체계가 있다는 의미라 서다.

창구일원화가 제대로 실천되지 않는 기업은 대외비가 지켜질 리 없다. 내부 정보가 외부로 상시 흘러 들어간다. 설화에 책임을 지는 문화도 없을 것이다. 그런 반복적 상황에 대해 문제 의식을 느끼고 단호하게 처분하는 최고경영진이 존재할 리도 만무하다. 최고경영자 스스로 설화를 만들고 적절하지 못한 언론 접촉을 하는 경우는 더 최악이다. 창구일원화가 지켜지는 기업인지 아닌지를 보면 전부를 알 수 있다. 그래서 창구일원화는 중요한 가치다.

다섯 번째, 홍보실을 무력화시키는 것은 기업 신뢰를 포기하는 것이다.

홍보실이 엄연히 존재하는 기업인데도 임원들이 사적으로 언론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경우가 있다. 홍보실을 우회하는 것을 넘어 결과적으로 홍보실을 무력화시키는 시도다. 자신의 설화로 문제가 발생되면 그 때 가서 홍보실에게 사후 위기관리를 맡기는 경우도 있다. 홍보실이 실제 취재를 했던 기자를 찾아가 만나 무슨 일을 할 수 있나. 일부는 말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를 할 것이다. 일부는 그 사실 자체를 부정하거나, 그 말의 진의에 대해 거짓말을 해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기자와 데스크를 때에 따라 회유하려고도 할 것이다. 협찬이나 광고비를 제시하면서 협상을 시도하기도 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소송을 하겠다는 압박도 할 것이다. 결국 서로 얼굴을 붉히고, 상호간에 부정적인 말들이 오가게 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후 부작용들이 창구일원화를 제대로 지키지 못해 발생한 것이다. 언론 보도를 보는 공중과 이해관계자들은 해당 기업의 메시지를 보고 그 기업을 판단할 것이다.

신뢰할 수 없는 기업에서 신뢰하지 못할 홍보실이 태어난다. 홍보실 사람들이 허겁지겁 달려와 하는 해명은 믿을 것이 안된다는 평가가 내려질 것이다. 신뢰 없는 홍보실, 거짓말이나 애드립에만 능한 홍보실을 만드는 기업은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살펴야 한다. 반대로 신뢰받는 홍보실, 공식 메시지로 정확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는 홍보실을 만들려면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도 함께 살필 필요가 있다. 창구일원화가 그 첫 단추라는 것도 기억하자.

여섯 번째, 창구일원화는 홍보실을 점점 강력하게 한다.

기업 내부에서 일관된 창구일원화가 이어지게 되면 대부분의 중요 정보와 공식 메시지들이 홍보실로 취합된다. 중요한 이슈들을 홍보실이 창구일원화 해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관련 부서들은 홍보실에 협조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홍보실은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구조에 대해 좀더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일선 부서에서 취합된 정보들에 홍보실의 정무감각이 녹아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평소에는 홍보실이 뭐하는 곳인지 잘 모르겠다 하던 부서들도 창구일원화 원칙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홍보실을 새롭게 보게 된다. 평시는 물론 어떤 문제가 발생되던 홍보실로 창구를 일원화해야 하고, 홍보실로 하여금 제대로 대응할 수 있게 자기 부서가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다.

창구일원화가 제대로 되지 않는 기업에서 홍보실은 아무 힘이 없는 곳이다. 관련 부서에서 언론 커뮤니케이션을 마음대로 하기 때문에, 사실 홍보실 스스로도 구체적 사업 내용이나 공식 메시지를 잘 모르는 경우도 생긴다. 자신들에게는 정보가 전혀 없다는 하소연을 하는 홍보실이 바로 그 때문이다. 창구일원화는 홍보실의 권한과 책임을 강력히 성장시키는 체계다. 정보가 곧 힘이라는 말을 기억해야 한다.

마지막, 창구일원화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이다.

평소에 창구일원화가 제대로 지켜지는 기업은 부정 이슈나 위기 발생 시 훨씬 더 나은 대응을 할 수 있다. 위기 상황이 발생되면 기존에 일부 지켜지던 창구일원화 원칙도 무너지게 마련이다. 시급한 언론 취재 요청에 일선에서 자유롭게 대응하게 된다. 정리되지 않는 메시지가 연이어 흘러 들어간다. 해당 위기 상황에 대한 임직원들의 개인적인 생각들이 흘러 넘쳐나간다. 통제불가능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강력하게 창구일원화 체계가 안착된 기업은 그와는 다를 수 있다. 위기 상황에 대한 내부 커뮤니케이션 통제가 쉬워진다. 확인되고 준비된 메시지가 공식 창구를 통해 정기적으로 언론에 배포된다. 정보와 커뮤니케이션을 기업 스스로 통제함으로써 언론의 취재 방향이나 앵글들도 간접적으로 통제가 가능해진다. 공중이나 이해관계자들의 인식과 여론도 마찬가지다.

창구가 무너지고 메시지가 흩뜨려져서는 이슈나 위기관리는커녕 일상적 경영도 어렵게 된다. 창구를 통제하라는 것이 임직원들의 입을 통제하려는 것은 아니다. 언론에서는 해당 기업에 입단속이나 함구령이 내려졌다며 자신들의 취재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하지만, 창구일원화가 일상적인 기업에서 그것은 공식 체계일 뿐이다. 그때 그때 달라지는 꼼수가 아니라는 의미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이 있다. 이슈나 위기관리 그리고 평상시 언론 커뮤니케이션이 잘되고 있는지 어떤 지는 창구일원화 여부를 확인해 보면 알 수 있다. 창구일원화 없는 언론 커뮤니케이션 정상화는 불가능한 것이다. 창구일원화 없이는 이슈나 위기관리를 잘 할 수 없다. 창구일원화 없이는 성공적 경영이란 매우 매우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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