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 기고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사람이 강의를 듣고 그 가르침에 따라 실천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될까? 특히 몸으로 해야 하는 자전거 타기나, 수영 같은 활동들을 강의만 듣고 따라 할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강의를 듣는 목적은 그 주제와 관련된 정보를 얻고, 관련된 내용들을 구경(!)하고, 마음을 다잡는 정도가 전부다. 기업의 위기관리라는 주제를 한번 보자. 위기관리의 특성상 그에 관련된 강의를 듣고 그대로 따라 할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그런데도 많은 기업들은 ‘위기관리 강의’를 일종의 비책인 양 지속하고 있다. 위기관리 강의를 의뢰하는 실무자의 전화를 받아보면 “저희가 3년전에 전직원 대상으로 위기관리 강의를 한번 진행했었는데요, 이제 시간이 지나서 다시 한번 강의를 받아 보려고 준비 중입니다.” 이 실무자의 말에서 가장 놀랐던 부분은 지난 3년간 이 회사는 실제 위기관리 체계를 강화하거나 개선하는 등의 아무런 실천도 없이 강의만을 정기적으로 듣고 있다는 것이었다.
“직원들이 위기관리 마인드를 좀 가졌으면 해서요. 이번 강의가 중요합니다.” 사실 직원들의 위기관리 마인드를 고취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최고경영진의 위기관리 리더십 고취다. 일선 직원들에게 반복적으로 위기관리 강의를 듣게 한다고 나아지는 것은 사실 별로 없다. 강의 때 제시된 수많은 사례들을 보고 들은 다음에 남는 것이라고는 “OO회사가 참 못하더라” “XX회사는 참 대단해!” 이게 전부다. 강의가 끝난 후 직원들은 자기끼리 모여 술자리를 가질 때 필요한 안주거리로 강의 내용을 기억할 뿐이다. 강의를 통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기대하긴 어렵다는 이야기다.
“대표님께서 최근 다른 O사에서 발생한 위기를 보시고 우리 직원들에게도 위기관리를 교육하라고 해서 이렇게 모시게 되었습니다.” 고맙다. 하지만, 회사를 위해 더욱 중요한 것은 그 O사에서 실제 발생한 위기유형이 자사에게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 스스로 심도 있게 들여다보는 ‘실제 활동’이지 강의가 아니다. 당장 오늘이라도 동일한 위기가 자사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데, 전임직원이 한가하게 강의를 듣고 있다는 것을 한번 상상해 보자. 정말 아찔하지 않나?
“우리 회사에 위기관리 시스템을 만들어보자 해서 이렇게 강의를 의뢰하게 되었습니다.” 아니다. 위기관리 시스템은 강의를 통해 설계하고 실행할 수 있는 주제가 절대 아니다. 다른 회사의 위기관리 시스템을 먼저 구경하고 자사의 위기관리 시스템을 설계할 거라고?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주장이다. 사람의 지문이 다르고 체질이 다르듯 위기관리 시스템은 자사만을 위해 디자인 되는 것이고, 효율적으로 짜여 있어야 한다. 남의 것을 보고 따라 복제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왜 수많은 임원들과 직원들이 몇 시간 동안 위기관리 강의를 들어야 하는가 말이다. ‘위기’가 무엇인지 모르는 임직원들이 있을까? 하루 하루 수 십 년간 실무를 진행하면서 한번도 ‘위기’라는 것을 겪어 보지 않는 자가 있을까? 그리고 더 나아가 ‘위기관리’가 무엇인지 전혀 모르고 있는 임직원들은 몇이나 될까? 필자의 경험상 ‘위기’나 ‘위기관리’에 대해 그 의미를 전혀 모르고, 생각 하지 않던 사람들을 만나 본적이 없다. 질문을 하고 여러 사례를 같이 구경 하다 보면 “저희도 저런 사례가 예전에 있었습니다.” “저희도 사실 아니라고는 말을 못하겠네요”하는 반응들이 나온다.
이미 대부분의 임직원들은 ‘위기’와 ‘위기관리’에 대한 생각이나 경험들을 일정 수준 이상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왜 많은 기업들은 그저 그런 위기관리 시스템을 가지고 있을까? 왜 그리 두꺼운 위기관리 매뉴얼은 회사 책장 속에서 사장되어가고 있을까? 왜 새로 입사한 직원들과 팀장들은 자기 부서가 위기 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지 모르고 있을까? 왜 임원들은 한번도 실제 위기를 관리해 본 경험이 없다고 불안해 할까? 왜 CEO는 위기가 실제 발생하면 어쩔 줄 몰라 의사결정을 미루고 주저하기만 할까? 이상의 문제들이 과연 ‘위기관리’ 강의를 들으면 시원하게 해결되는 것들일까? 아니다.
강의는 이제 그만 듣자. 그 대신 사내에 위기관리 시스템을 살아 움직이게 만들 수 있는 ‘위기관리 전담팀’을 만들자. 그들을 통해 현재 우리 회사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게 하자. 그런 작은 시작이 수 백시간의 위기관리 강의보다 회사를 위해서 훨씬 나은 선택이다. ‘위기관리 전담팀’에게 최고경영진들은 지속적으로 질문 해 보자. “우리 회사의 이슈나 위기 상황을 모니터링 하는 체계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 “실제 위기가 발생했을 때는 어떤 단계와 과정을 거쳐 모니터링 결과들이 최고의사결정기구에 취합 보고되는가?” “실제 보고될 모니터링 결과들은 어떤 형식인가? 실제로 한번 구현 할 수 있나?” “이를 위해 필요한 사내 공유 체계는 어떤 것이 있는가? 혹시 필요하다면 인트라넷에 해당 모니터링 보고 내용을 연결해 공유할 수 있게 만들어 줄까?” 등등 보다 실무적이고 실질적인 개선과 강화 실천들을 해야 성공적인 위기관리 실행이 가능해 진다.
다른 회사들이 위기 때 어떻게 무엇을 했는지 이제 더 이상 구경 하는 데만 만족스러워 하지 말자. 그들의 장점을 우리의 장점으로 만들기 위해 자사의 위기관리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해보자. “A사는 이번 위기 때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대응했다. 그렇게 빨리 움직일 수 있던 원인이 무엇일까? 상황발생이 주말 새벽에 발생했었는데, 그걸 어떻게 누가 감지할 수 있었을까?” 위기관리팀은 강의를 듣기 보다 다 같이 모여 이런 질문을 주고 받으면서 고민 해야 맞다.
‘A사는 알아보니 전방위적 온라인 오프라인 모니터링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문제가 감지되면 핵심 의사결정자들과 위기관리팀 전원의 휴대폰으로 실시간 ‘경보’가 전달되게 되어 있다.” 이런 사실을 발견하게 되면 ‘우리 회사도 그런 경쟁력 있는 상황 경보 체계를 한번 만들어 보자’하는 실무 제안과 실제 활동이 있어야 한다. 그 후 일정기간과 예산을 들여 더욱 강력한 자사만의 ‘위기 경보 시스템’을 론칭 하는 것이다. 이후 실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밤낮을 따지지 않고 자사의 모든 위기대응 그룹 인력들에게 경보 문자가 전달되는 진짜 경험을 해 보자는 이야기다.
강의보다는 실천이 더욱 더 중요하다. 실천하기 힘들고 실천하기 싫다고 강의만으로 스스로 위로해서는 나아짐이 없다. 위기관리에 성공한 회사들의 사례를 보고 ‘저 회사는 우리 보다 훨씬 돈이 많은 회사니까 잘했던 거겠지 뭐…’하고 단순하게 생각하지 말자. ‘저 회사는 원래 위기관리 개념이 없어서 이번 위기 때도 죽을 쑤었군……쯧쯧’하고 그냥 흘려 보내지 말자. 이제는 실천이다. 힘들고 귀찮고 어려워도 한 발자국이라도 더 나아갈 수 있는 실제 활동을 같이 해보자.
우리가 흔히 비웃는 투로 순진하게 사랑을 논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책으로 배웠구나’ 하는 말을 한다. 현실에서는 제대로 상대를 사랑해 본적이 없으면서 ‘사랑은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하는 개념들만 충만한 사람을 그렇게 이야기한다. 주변을 둘러 보자. 우리 회사 임직원들은 어떤가 한번 보자. 우리 회사의 CEO와 최고의사결정자들은 실제로 위기관리를 얼마나 경험해 보았는지 보자. 그들의 그간 경험이 전사적으로 공유되어 일사불란하게 조직화 될 수 있는지 점검해 보자. 다 같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 나누어 보자. 개선이나 강화가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최고의사결정자들의 공감과 동의를 얻어 내보자. 강의실에 앉아 ‘위기관리를 보고 듣고’ 이를 반복하는 이벤트는 이제 그만해 보자. 위기관리도 책으로만 배울 수는 없다. 소용없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만하는 것이 실천이다. 새해에는 강의보다 실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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