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 시절 이슈나 위기관리 프로젝트로 클라이언트 회의에 들어가 시니어들간 이야기를 듣다 보면 개인적으로 심적 갈등이 생긴 적이 꽤 있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나를 비롯한 우리 컨설턴트들의 의견이 A로 모아져서 그에 대해 조언 하고 전문적 의견을 피력하면 이상하게도 종종 클라이언트는 B라는 다른 선택을 해 우리에게 그대로 따라 달라는 주문을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클라이언트는 왜 우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까?”
“사람들이 너무 문제를 안이하게 보고 있는 것 같아”
“우리에게 숨기는 것이 너무 많고, 탐욕스러운 것 같은데…”
클라이언트에게 했던 조언 A가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던 내 자신은 어처구니 없는(?) 전략인 B를 선택한 클라이언트를 이해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심지어 ‘우리의 의견이 받아 들여지지 않는 다는 건 우리가 무능하다는 의미 아닌가?’하는 자괴감이 들기도 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 자괴감과 무능력함을 극복해 보고 싶어서 더 많은 케이스를 다루어보고, 더 많은 이론서들을 읽어보자, 더 많은 훈련에 참가해 보자 등의 자구책을 강구하기도 했었지요.
시간이 가고, 경력과 경험이 쌓이면서, 더 많은 클라이언트들과 대화 하고, 내가 그 클라이언트가 되어 밤새워 고민 해 보고 하는 과정에서 깨달은 점이 있습니다. 이슈관리와 위기관리에 있어 클라이언트들이 컨설턴트들에게 원하는 것은 ‘답’이 아니라 ‘의견’이라는 것이죠.
나를 비롯해 우리 컨설턴트들은 클라이언트들에게 ‘의견’을 준다 생각하면서 ‘답’을 전달한 것이었습니다. 결국 그 ‘답’을 따르지 않는 클라이언트는 ‘오답’을 선택한 것으로 보았던 것이 그래서 였던 것이죠. 그건 ‘조언’이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 조차 망각했었던 것입니다.
‘의견’은 절대로 ‘답’이 아니고, 직접 ‘답’이 될 수도 없습니다. 컨설턴트는 클라이언트의 문제를 풀기 위해 기본적으로 자신이나 팀의 ‘의견’을 낼 줄 아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 ‘의견’은 상당한 논리와 경험으로 백업되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그 자체는 ‘조언’이 됩니다. 훌륭한 컨설턴트는 훌륭한 조언을 합니다.
하지만, 그 훌륭한 ‘조언’조차도 스스로 ‘답’이 될 수는 없습니다. ‘답’을 내리는 자는 클라이언트입니다. 더욱 정확하게 말해서는 클라이언트사의 최고의사결정권자(책임자)들입니다. 외부에서 온 컨설턴트가 ‘조언’이라 포장 해 ‘답’을 제시했을 때 그 ‘답’을 맹목적으로 따른다면, 이에 대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 걸까요? 근본적으로 현실적이지 않은 거래죠.
컨설턴트는 훌륭한 ‘조언’을 하는 것이 역할과 책임의 전부입니다. 해당 조언을 훌륭하게 만들기 위해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시나리오를 만들고 각각의 논리를 세워 구조화하는 노력을 선행하는 거죠.
그 훌륭한 ‘조언’을 듣고 클라이언트가 그에 합치된 의사결정을 하고, 예상대로 성공적인 결과가 맺어 졌다면 해당 프로젝트는 컨설턴트 차원에서 ‘성공적’인 것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더 정확히는 ‘운이 좋은’ 프로젝트였다고 볼 수 있죠.
반면 그 ‘조언’을 듣고 클라이언트가 전혀 다른 의사결정을 하고, 그 결과가 좋지 않았다 하더라도 해당 프로젝트는 컨설턴트 차원에서 ‘실패’라 볼 수는 없습니다. 나름대로 ‘훌륭한’ 조언을 했다면 그 나름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면 이 단계에서 이런 의문이 드는 컨설턴트들이 있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컨설턴트는 조언만 하고 해당 프로젝트가 성공하던 실패하던 그냥 운에 맡기고만 있으면 되는 건가?’ 당연히 아니죠. 그렇게 운에만 맡길 수는 없지요.
여기에서 등장하는 것이 컨설턴트의 ‘논리 지원’이라는 것입니다. 컨설턴트들이 A 전략을 ‘조언’했지만, 클라이언트가 여러 고민을 거쳐 B라는 전략을 선택했다고 하면, 훌륭한 컨설턴트는 그 B라는 전략에 그 때부터 몰입해야 합니다.
그래서 비록 현실적 차선이나 차차선이라는 이 B전략도 가능한 최선에 가깝게 되도록 지원 해야 하는 거죠. 그를 위해서 컨설턴트들은 B전략의 성공을 위한 ‘논리화’ 작업에 들어가는 겁니다.
‘왜 B여야 하는가?/왜 B가 최선인가?’
‘B전략으로 가는 이유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로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는가?”
‘B전략으로 갈 때 예상되는 비판이나 공격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어떻게 각각에 대비해야 할까?’
‘만약에 B전략이 중간에 실패한다면 그에 대한 플랜 B-B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
이런 논리화 작업을 지원하면서 클라이언트의 선택을 최선의 선택으로 만드는 길을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리해서 이야기하면,
- 주니어 컨설턴트들은 자신들이 자꾸 답을 클라이언트에게 전달하려고 하는 욕심을 경계하라.
- 답은 줄 수도 없고, 줘서도 안된다.
- 일부는 감히 누구에게 답을 제시하는가 하는 말도 한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는 뜻이다.
- 스스로 훌륭한 의견을 만들어 논리를 더해 훌륭한 ‘조언’을 제시하는 데 1차 만족하는 습관을 들여라.
- 그리고 그 다음 클라이언트의 결정을 받아 추가 논리를 지원하는 데 2차 만족 해라.
- 컨설턴트와 클라이언트가 한팀이라는 공감대만 기반으로 한다면 그 어떤 선택도 컨설턴트에게 불만족스러운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 만약 1차적인 조언 그 자체가 상황 파악과 논리 등이 부실한 상태에서 나왔다거나.
- 그 조언의 수준이 일반적인 상식에 반하는 것이었거나.
- 그것이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고 해서 2차적 선택지에 대한 논리 작업을 게을리 하거나 하는 사람은 컨설턴트의 자질이 없는 것이다.
- 또한 1차 조언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낙심하고 괴로워하면서 클라이언트를 원망하는 컨설턴트는 시니어들이 지속적으로 교육을 시켜야 한다. 그것은 중장기적으로 컨설턴트의 자세와 관련 된 것이라 더더욱 중요하다.
- 컨설턴트는 독립운동가나 의를 위해 목숨을 내 놓는 지사(志士)같으면 안된다. 유연성에 대한 이야기다.
참 어렵습니다. 사람들이 모여 하는 일은 다 그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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