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down)’되지 않으면 위기가 아니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모든 것이 사라진다. 위기가 발생하면 평소 되던 것들이 되지 않는다. 사람들이 보이지 않고 간단한 것 조차 확인이 힘들다. 서로 노이즈를 만들어 빠르고 정확한 의사결정도 불가능해진다. 위기가 발생하면 빨리 모여 앉아야 한다. 평소 준비한 별도 채널과 미디어를 운용해야 한다. 그래야 위기가 관리된다.
정말 큰 규모의 위기가 발생하면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의 주요 채널들은 모두 무용지물이 되곤 한다. 특히 소비자군이 다양하고 많은 기업들의 경우 대형 위기가 발생하면 우선 홈페이지가 다운되고, 기존 핫라인이 대부분 불통을 경험하게 된다. 잘 가꾸어 오던 기업 소셜미디어 채널들에 어마어마한 비판 댓글이 달리면서 통제 불가능한 마당이 되어 버린다.
기업 대표전화의 통화량이 급증하고, 홍보팀을 비롯한 주요 임원들의 전화에도 계속 벨이 울린다. 매장이나 공장 또는 지점들이 있는 기업들의 경우에는 그 여파가 여러 지역으로 번져 나가게 된다. 전략적 관리는커녕 유지도 힘들다.
내부적으로는 어떤가? 대표와 임원들간의 상황 파악이 힘들어진다. 팀장들이 각자 휴대전화 등을 통해 상황을 보고하려 하지만 상호 통화 성공 가능성은 뚝 떨어진다. 직원들의 일부는 상황관리를 지시하는 전화 통화와 내부 및 외부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 양면 통화만으로도 앉아 있을 시간이 없을 정도가 된다. 이런 아수라장 속에서 “다 함께 모여 앉아 다 함께 상황을 파악하고 빨리 의사결정을 하라”는 전문가들의 조언이나 매뉴얼상의 가이드라인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
모든 채널이 다운되고, 모든 핵심 인력들이 상호간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실패를 거듭한다. 대표이사가 정확한 의사결정으로 리더십을 발휘하고 싶어도 절대 여의치 않는 상황이 바로 위기다. 위기 발생시 언론에게 첫 번째 공식 입장을 밝히는 기업 홍보실의 대부분은 완전하게 준비되지 않은 채 홀딩 스테이트먼트 (상황파악 이전에 기본 입장만을 밝혀 시간을 버는 메시지)만으로 일정 기간을 버틸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평소 위기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기업들의 경우 이러한 극한의 상황을 정확하게 예측해 초기 대응 프로세스를 구성하는 것이 좋다. 휴대폰이 없더라고, 정확하게는 휴대폰이 불통이 되더라도 지금 같은 상황이면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인 내가 어디로 향해야 하고, 무엇을 확인 해, 언제까지 그 자리에 위치해야 하는지를 사전에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내부적으로 어떤 채널을 통해 현 상황을 취합하고 공유할 수 있는지를 사전에 고안하는 것도 좋다. 사내적으로 위기관리 포털을 위기 시 오픈 해 최고의사결정권자들이 일선의 상황보고들을 한눈에 열람할 수 있게 하는 것도 하나의 체계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물리적으로 한 장소에 대부분의 최고의사결정권자들이 마주 앉는 것이다.
위기관리 체계상으로 사내 특정 회의실을 지정해 대형 위기 발생시 위기관리 위원회 구성원들이 모여 앉을 통제센터 또는 위기관리센터(일명 워룸, war room)를 구축해 놓도록 하자. 각종 모니터링 장비를 구비하고, 내부 의사토론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장비와 설비들을 갖추자. 기업 특성에 따라 해외 사업부들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글로벌 화상회의 시스템도 필요하다. 각종 유선 커뮤니케이션 장비들 또한 특별하게 구축되어야 한다. 워룸만의 위기관리 핫라인이 사내적으로 공유되어 급한 상황보고에 적극 활용되어야 한다. 상황판이 적절한 형식으로 설치되어야 하고, 상황을 취합 기록 관리하는 담당자들이 평소 지정되어 위기관리 위원회를 지원해야 한다.
예산적인 제약으로 회의실 하나를 사전 지정해 장비와 설비들을 마련하지 못하는 기업이라면, 위기 발생 시 매뉴얼에 지정된 아이템들을 빠른 시간 내에 이전 설치하거나, 구입 설치 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을 해볼 필요도 있다. 핫라인을 빠른 시간 내에 몇 배 이상 확충하는 방법론도 마련 해야 한다. 홈페이지 다운을 방지 또는 회복시켜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운용하는 방법도 고민해 놓아야 한다.
이렇게 기존의 모든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사라진다는 전제하에 극한의 준비를 하는 것이 실제 위기 시 빠르고 정확한 초기 대응을 가능하게 하는 체계가 된다. 실제 위기 발생 시 죽어 있는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붙잡고 소비하는 시간을 최소화해야 한다. 상호간에 혼란을 극대화 하는 자체 혼돈의 시간을 가능한 없애야 한다. 기존의 것들이 위기 시 그대로 존재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은 하루 빨리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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