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32011 Tagged with , 0 Responses

[정용민의 위기관리] CEO께서 하는 일이다. 어디 감히…?!

위기관리 업무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는 쥬니어 코치들로부터 프로젝트 후 이런 비슷한 이야기들을 듣게 된다.

“왜 인하우스와 컨설팅사가 함께 디자인하고 시스템을 만들었는데, 실제로는 왜 그렇게 그대로 가동이 되지 않는 거죠? 충분히 공유하고 연습까지 했는데도…”

CEO가 빠진 위기관리 시스템

CEO가 위기관리 시스템에 대한 세부공유와 트레이닝, 시뮬레이션 자리에 있지 않았기 때문이 답이다. 국내 기업 CEO께서는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후 그 시스템을 시험하기 위한 트레이닝이나 시뮬레이션에 참석하시는 분들이 매우 적다. 문제는 실제 위기가 발생하면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서 CEO의 리더십이 필요한데 트레이닝이나 시뮬레이션에 참여하지 않으셨으니 낯설게 되는 거다. 당연히 정해진 그대로 시스템은 운용되지 않는다.

흡수력이 떨어지는 게 당연한 바쁘고 무관심한 CEO

기업 총수가 국회청문회 자리에 나가셔도 마찬가지다. 미리 실무자들이 수백에서 수천 페이지 짜리 배경 자료와 반박 논리들을 만들어 놓는 게 당연하다. 외부 컨설턴트를 불러 좀 더 나은 회장님의 답변을 준비한다. 회장님께 처음 나가시는 청문회 환경을 설명해드리고, 가능한 전략적인 조언을 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청문회를 본 사람들은 ‘저게 뭐냐?’ ‘회장이 저 정도 밖에 안되냐?’ ‘저걸 준비라고 자문하고 컨설팅 한 거냐?’하는 반응들이다. 사실은 회장께서 개인적으로 최선을 다하신 것이다. 내부 실무자들의 정성스러운 준비와 프로페셔널 컨설턴트들의 전략적 자문이 100% CEO에게 단박 흡수되리라는 생각은 무리다.

CEO의 의중에 기반한 준비와 자문

청문회나 사과 해명 기자 회견등에서 보여주는 CEO의 모습도 마찬가지다. 모든 전략이나 메시지들은 CEO의 깊은 의중에 따라 정리되기 마련이다. 실무자들이나 컨설턴트들이 反CEO 쿠테타를 각오하지 않는 이상 CEO의 의중에 반하는 전략이나 메시지를 제안하고 밀어 부칠 수는 없는 게 아닌가?

CEO께서 “A로 간다. 내 생각에 B나 C는 절대 안 된다” 하시면 내부 실무자들이나 컨설턴트들은 이 ‘A’라는 옵션 내에서 가능한 수용적이고 설득적인 논리와 전략 그리고 메시지를 만든다. 아무리 훌륭한 위기관리 컨설턴트라도 CEO와 내부에서 공감하는 ‘위기관리 대전략’을 뒤 엎기는 불가능하다고 보는 편이 더 현실적이다.

CEO에 대적하는 컨설턴트의 윤리성?

일반인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위기관리 컨설팅이나 코칭을 할때…클라이언트가 정직하지 않으면 그들을 정직하게 만들거나, 정 그들이 정직하지 못한 쪽으로 가려 하면 수임을 파기라도 하는 것이 윤리적인 것이 아닌가?”

이런 주장에는 몇 가지 전제를 분명히 해야 한다. ‘클라이언트가 정직하다’ 또는 ‘클라이언트가 정직하지 않다’라는 개념은 극히 주관적이고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단기간에 단순 판단되는 주제도 아니다. 물론 극단적 문제가 있다면 해당 컨설턴트들은 정중히 수임을 포기 한다. 문제는 그 판단의 근거가 서로에게 공히 받아들여지기 힘들다는 부분이다.



기업의 위기관리 컨설팅 경험상 CEO의 위치와 역할은 위기관리 시스템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종종 시스템에서 스스로 빠져있는 CEO들을 목격하게 된다. 평소 시스템에서 한 발자국 물러나 계셨다면 실제 위기 발생시 빠른 흡수력을 발휘하셔서 자문 그대로 실행 하셔야 하는데 그런 집중에 실패하시는 CEO들도 많다.

그런 CEO들의 대부분은 또 잘 듣지 않으신다. 자신의 의중과 판단이 중심이고, 내부 실무그룹이나 외부 컨설턴트의 생각과 조언은 깊이 사지 않으신다. 의중대로 빨리 준비하라는 무언의 압력만 존재한다. 결국 컨설턴트들은 데코레이터가 되는 셈이다. 수사학적인 조언에 만족해야만 하는 경우들이 이런 경우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실패하는 조직과 성공하는 조직에는 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정직하거나 정직하지 않아 발생한 결과도 각각의 케이스마다 다르다. 컨설턴트들의 성패도 이와 함께 또 다양하다.

“정직하세요”
“투명하게 밝히세요”
“사과하세요”
“모든 책임을 진다 하세요”
“똑바로 우리 회사의 문제가 아님을 핵심 메시지로 반복하세요”
“문제보다는 개선책을 더욱 더 강하게 강조하세요.”
“기업 철학이 담긴 액자를 다시 한번 바라보세요”


CEO에 대한 이런 단순한 주문으로 기업의 위기관리가 뚝딱 성공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많은 CEO들이 ‘아멘’하시지만….실행하지는 않으신다는 의미다.

감히 여기에 반기를 들 사람들은 없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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