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관 실무자들과 위기관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기회들이 종종 있는데, 이야기를 하면 공통적으로 느끼는 느낌들이 있다. 일반 기업 실무자들에게서는 느끼기 힘든 것들이라 항상 그런 느낌들을 반복적으로 정리해 놓는다. (이 부분들이 다른 공공 기관이나 다른 부처들의 컨설팅이나 코칭을 위해 필요한 사전 스터디가 되곤 한다)

일반 사기업에서는 느끼기 힘든 정부기관 실무자들의 위기관리에 관한 이야기 몇 가지.

첫째, 정부부처는 결코 망하지 않는다는 전제. 이 부분이 정부 위기관리 시스템 또는 트레이닝의 가장 강력한 전제인 듯 하다. OO부가 과연 OOOO 위기를 맞는다면 자칫 망할 수도 있을까? 하는 물음에 대부분은 No로 답한다.

정부기관은 절대 망해 사라지지 않는다는 일종의 큰 위안감은 위로부터 아래에 까지 위기관리에 대한 절실함을 상당부분 감쇄시키는 시발점이 된다. 이에 반해 일반기업의 경우 OOO위기를 적절하게 관리하지 못한다면 우리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는 절실함이 존재한다. OOO위기를 적절하게 관리하지 못하면 최소한 우리의 일자리 상당부분, 또는 우리의 판매량 상당부분이 잘려나갈 수 있다 하는 위기감이 그들에게는 있다. 위기관리를 바라보는 출발점에 있어 정부기관은 일반기업과 분명 다르다.

둘째, 정부부처는 자신들의 업무를 공공서비스(public service)로 규정하는 데 아직도 익숙하지가 않음. 이 공공서비스 개념이 전제 되야, 서비스의 질과 서비스 브랜드 그리고, 서비스의 연속성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 부분에 익숙하지 않은 듯 하다.

자신들은 정책을 구현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고, 정책이란 국민을 이롭게 하기 위한 목적과 당위성을 당연히 지니기 때문에, 이러한 정책에 대한 위기를 하나의 '통과의례' 또는 '불가피한 논란'등으로 폄하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 서번트(Servant)적인 자세를 가진다면 기업의 위기관리 니즈와 그 맥을 같이 할 텐데, 리더(Leader)의 자세를 가지는데 익숙해 위기관리의 니즈가 그리 절실하지 않다는 의미다.

셋째, 아래보다는 위를 보는 관료주의로 인해, 겉으로는 여론의 민감성이 존재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그리 크게 존재하지 않음. 여론이 민감해지고, 부정적으로 떠올라도, 내부적으로는 누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해당 위기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공감대가 부족하다. 직무상으로 주관 부서가 있어 여론관리에 앞장 서는 듯 보이지만, 의사결정의 대부분이 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주관부서는 아무런 힘이 없는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한마디로 위에서 시키는 대로 전달만 하는 위기관리 실무자들이 그 한계라는 의미다. 기업에서는 일선의 실무그룹들의 피드백이나 보고들이 의사결정그룹에 의해 많은 부분 정리 되고 분석 되어 의사결정과정에 이바지 하는 반면, 정부기관의 경우 그런 상향식 피드백의 민감도가 아주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일선과 상부의 괴리)

넷째, 너무 자주 바뀌는 실무담당과 책임.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정부기관 실무자들에게는 매우 많은 연수, 교육, 출장, 휴가들이 주어지는 듯 하다. 물론 법에 의해 규정된 것들이기는 하지만, 외부에서 볼 때 기업과 비교해서 상당히 그 혜택이 자주 돌아오는 듯 하다. 조직 편제 변경도 흔하다.

위기관리 실무는 말할 것도 없이, 일반 담당업무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전문성이나 중장기 사업을 진행하기에는 사기업에 비해 비교적 업무재직기간이 짧아 보인다. 또한 선임과 후임간의 업무인수인계에 있어서도 이음새 없는 이전이 상당히 흔치 않다. 따라서 위기관리의 경험, 사고, 철학, 시스템에 대한 익숙함 등등이 조직의 자산으로 뿌리를 내리기가 힘들다. (항상 새로움)

다섯째, 예산의 한계로 위기관리 컨설팅, 코칭, 트레이닝에 있어 일정 품질과 수준을 넘기 힘듦. 일반기업과 정부기관의 비슷한 규모 위기관리 컨설팅 발주액을 보면 일반기업의 절반 이하 또는 심지어 10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않는 위기관리사업들이 흔히 존재한다.

위기관리를 하나의 스킬로 이해하는 듯 한정된 예산 내에서 몇 십만 원에 강의형식으로 위기관리를 종종 가늠하려 한다. 일정부처에서 모든 부처 차원의 컨설팅을 일괄발주 한다 해도 중견기업 하나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결국 해당 위기관리 컨설팅 프로젝트는 모든 정부기관을 대상으로 순회하면서 끝나는 '정부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예비군훈련'의 모습을 띠게 마련이다. (예산의 효율성과 생산성이 일반기업에 비해 떨어진다는 의미)





이 인사이트들은 정부기관을 폄하하자는 의미가 절대 아니다. 지난 10여 년간 정부기관과 함께 일을 해오고, 자문회의에 들어가 느껴보고, 대행사 선정에 있어 평가를 하고, 장관님들과 대화 해보고, 고위 공무원 분들과 술잔을 기울이면서 그들의 고민을 읽었고, 경험했기 때문에 이런 슬픈 인사이트들을 이야기하는 거다.

같이 일할 때마다...이 실타래를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풀어내야 하는지... 아니면, 이를 인정하고 비즈니스 관점에서만 철저하게 정부기관들을 핸들링(?)할 것인지에 대한 양자택일의 고민이 항상 요구되는데...이런 느낌이 싫기 때문이다.

같은 프로젝트를 하고, 같이 밤새워 일을 해도 일반기업보다 훨씬 그 프로젝트의 성취도나 그 예후가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봤기 때문이다.

국가를 위해 일하시는 많은 젊은 공무원분들 마음속 그 열정이 해결되지 않는 현실들로 인해 식어가면 안 되지 않나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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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30 17:27 2010/08/30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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